용산구 용문동 근린생활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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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경관은 단순히 시각적 요소를 넘어, 장소의 맥락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움직임, 축적된 시간의 층위들이 맞물려 만들어내는 복합적인 장면이다. 본 계획은 용산구 용문동, 용문시장 중간부에 위치한 소규모 근린생활시설로, 주변의 도시적 조건과 복잡한 경관에 어떻게 건축이 반응하고 매개할 수 있는지를 질문하는 데서 시작되었다.
대지는 전후면이 도로에 인접하고, 이를 연결하는 추가 도로로 인해 3면이 도로에 노출된 특이한 조건을 갖는다. 시장을 따라 형성된 도로는 상업성이 짙고, 다채로운 간판과 노출형 입면이 혼재되어 있으며, 반대편은 아파트 단지와 맞닿아 있어 상대적으로 정적인 경관을 이룬다. 이러한 이질적인 도시 맥락 사이에서, 건축은 각 방향에 따라 상이한 태도를 취하며 주변과 조율하고자 했다.
시장 방향에는 입면을 최소화하고, 단순한 선형 요소로 구성해 복잡한 환경 속에 질서를 부여했다. 반면 아파트 측 전면은 다양한 재료와 형태적 깊이를 통해 보다 정적인 정면성을 구성하고, 중정을 사이에 둔 코어는 이러한 양면성을 실내로 연결해준다.
법적 일조 사선 제한으로 인해 형성된 사선의 조형과 직사각형의 기본 매스가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틈이 발생하고, 이 틈은 도시 경관과의 관계 속에서 또 다른 장면을 만들어낸다. 외피는 투명, 반투명, 불투명한 물성의 조합으로 구성되며, 이는 도시의 복잡성에 대한 단순한 거부가 아닌, 본질적인 물성의 조형으로 응답하는 방식이다. 특히 반투명의 매쉬는 사선의 조형을 정형화시키는 동시에 외부로부터의 시선을 조율하고 내부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이중적 역할을 수행한다.
결과적으로, 건물은 하나의 단일 매스가 아닌 선과 면, 투명도와 재질의 조합을 통해 도시 경관과 조화롭게 접속한다. 세장형의 틀과 수직적 입면 구성은 장소의 밀도와 시각적 흐름에 맞추어 구성되며, 각기 다른 속성을 가진 도시적 층위들 사이에서 조정자 역할을 수행하는 건축으로 자리잡는다.
이 건축은 마치 도시의 켜처럼,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를 섬세하게 연결하며 새로운 장면을 만들어낸다.